박미경 초대전






바람따라 물결따라 

그곳에 스미다


2023.11.03 - 11.22

 

 

 

 대부분의 도자기들은 높은 온도의 불에서 구운 뒤, 거친 표면을 보완하기 위해 유약을 발라 군더더기 하나 없는 광택을 내며 완성된다. 그리고 보통은 도자 표면에 흠집이 나지 않도록 조심하며 무언가 묻어 있으면 표시가 나지 않도록 제거하는 등 살뜰히 매만지는 것이 보편적인 우리들의 사고이다. 그러나 박미경 작가의 작품은 이러한 보편적인 틀에서 벗어나 울퉁불퉁한 바위표면처럼 따개비가 덕지덕지 붙어 있다. 


박미경작가는 도자기에 여수라는 지역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여수라는 공간에서 얻은 따개비를 소재로, 그 시간과 세월을 보존하듯 원형의 아름다움을 작품에 그대로 들어내며 자연의 서사성을 추구하고 있다. 그리고 차별적이고 공격적인 작업을 확장함에도 무례하지 않고 결이 아름다운 생명력을 표현하였다.


  '그곳에 스미다'展에서는 광활한 풍경이 아닌 바닷가 근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작은 생명들의 소멸과 생성의 과정을 조형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해안가에 밀려온 쓰레기 더미에서도 삶을 질기게 이어가며 정화하는 놀라운 자연의 힘과 작은 생명들의 생명성에 주목하며 소소한 것들에 대한 애정과 사랑을 담아 아름다운 연안을 담아냈다.


 박미경 작가는 오랜 시간 흙을 다루면서도 여전히 전통적인 '물레성형기법' 방식을 고수하며 다양한 재료와 실험을 거쳐 보다 자연스러운 질감과 아름다운 형상을 구축하고 있는 실력 있는 도예 작가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바닷가 냄새가 물씬 나는 늦가을 정취와 함께 자연 속에서 휴식을 찾고 도자기에서 느껴지는 예술적 감성을 향유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